[style&] 나만의 향수 만들기 [중앙일보] 기사
2010.06.16
[Section] style&레인보우 섹션아무리 아름다운 것이라도 눈을 감으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향기는 살아 숨쉬는 한 피할 길이 없다. 해서 쥐스킨트는 “냄새를 지배하는 자가 인간의 마음을 지배할 수 있다”고 썼다. 사람들이 향수를 쓰는 건 누군가를 유혹하거나 지배하기 위해서다. 클레오파트라부터 나폴레옹까지 예외는 없었다.
나만의 향수를 만드는 일은 이런 유혹과 지배의 역사와 깊은 관계가 있다. 그런데 요즘엔 자기 만족과 위안이라는 요소가 덧붙여졌다.
대중을 위한 맞춤 향수를 처음 만든 건 그라스의 260년 된 퍼퓨머리 ‘갈리마르’다. 1747년 문을 연 창업주 장 드 갈리마르는 루이 15세의 궁정에 향수를 공급했던 인물이다.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셀 수 없이 많은 부티크에서 개인을 위한 맞춤 향수를 만들어준다. 그라스에 간 김에 갈리마르 스튜디오의 향수 만들기 워크숍을 체험해봤다. 커다란 방에는 34개의 ‘오르간(오르간 건반처럼 생긴 향수 제조대)’이 설치돼 있었다. 테이블에 놓인 127개의 향수 에센스 중에서 20~30여 개를 골라 오데퍼퓸(향료 농도 10~15%인 진한 향수)을 만드는데, 조향사가 2시간 동안 일대일로 조언해준다.
자신에게 어울리거나 필요한 향이 무엇인지도 알려준다. 사람들과의 관계를 중시하며 외향적·감정적인 이들은 꽃이나 나무 등 식물성 향기가 좋다. 머리를 많이 쓰고 신경이 예민한 사람들은 알데히드나 머스크향이 도움이 된다.
이날 만든 향수에는 ‘앙플레뷔’라는 이름을 붙였다. 프랑스어로 ‘의도하지 않은’이란 뜻이다. 여성스러운 향으로 시작했는데 자몽향을 넣자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발랄한 향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포뮬러는 영구 보존된다. 홈페이지(www.galimard.com)에서 약속을 잡고 가면 편리하다. 45유로.
갈리마르의 한국식 발음을 딴 ‘갈리마드 코리아(www.galimard.co.kr)’에서도 만들 수 있다. ‘월드스타’ 비와 SES의 유진도 다녀간 곳이다. 워크숍은 3만원, 정미순 원장이 직접 만들어주는 건 100mL에 15만원이다.
이진주 기자